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에디토리얼 씽킹'은 단순한 사고방식을 넘어 생존 전략이 되었습니다. 특히 AI가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시대에, 의미의 밀도를 높이고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에디토리얼 씽킹이란 무엇이며, 왜 이 능력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수적인지는 나름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이는 단순히 정보를 편집하는 기술이 아니라, 무질서한 세계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창조하는 인간 고유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에디토리얼 씽킹의 본질: AI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의 의미 창조
에디토리얼 씽킹은 본질적으로 '의미의 밀도를 높여가는 과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를 이야기로 바꾸고, 사실에서 통찰을 끌어내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그 정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입니다. 챗GPT와 같은 AI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낼 수 있지만, 그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능력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입니다.
니콜라 부리요는 『포스트프로덕션』에서 "이제 예술적 질문들은 '어떤 새로운 것을 우리가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AI가 생성한 콘텐츠로 넘쳐나는 현재 상황에 더욱 적절한 메시지가 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우리는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방대한 정보들 속에서 가치 있는 것을 선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현실의 양상이 달라지지 않아도 다른 의미를 부여하면 다른 현실을 살 수 있습니다. 삶은 데이터의 축적이 아니라 편집 결과의 축적이니까요. 니콜라 부리요의 말처럼 '우리가 리얼리티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의 몽타주'일 뿐입니다. 홈비디오로 기록한 무편집 영상을 영화라고 부르지 않듯이, 살아온 모든 순간을 누락 없이 축적한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삶이 될 순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서사와 의미 부여입니다.
- 에디토리얼 씽킹은 정보를 단순히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입니다.
- AI는 방대한 정보를 생성할 수 있지만, 그 정보에 인간적 맥락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입니다.
- 개인적 경험, 문화적 맥락, 감정적 반응 등을 통합하여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이 에디토리얼 씽킹의 핵심입니다.
저자가 에디터로 일하며 얻은 가장 소중한 삶의 자산이 있다면, 그것은 '의미의 최종 편집권이 나에게 있다'는 감각이었다고 말합니다.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하고, 뒤죽박죽 난장판 같은 사건과 사실이 끊이없이 들이닥치는데, 그것을 소음이라고 생각하면서 괴로워하는 선택지도 있고, 의미로 승화해서 다른 현실을 사는 선택지도 있겠죠. AI 시대에는 이 '의미 부여'의 능력은 그 중요성이 더욱 배가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AI 시대의 인간 경쟁력: 데이터를 넘어 의미를 창조하는 능력
2010년대부터 신문과 잡지는 손꼽히는 사양 산업이 되었고, 불안과 무기력이 짙은 안개처럼 업계 전체를 덮쳤습니다. 하지만 이는 달리 보면 "잡지가 망해가는 게 아니고, 세상이 온통 잡지화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잡지에서 보던 편집 문법 - 에디터 추천 목록, 큐레이션, 단계별 하우투 정보, 리얼 후기 등 - 이 디지털 서비스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던 것이죠.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에게는 역설적으로 에디토리얼 씽킹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은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내용인지 판단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입니다. 우리는 AI가 생성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는 '편집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 AI는 정보를 생성하지만, 인간은 그 정보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합니다.
- 에디토리얼 씽킹은 단순히 정보를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고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 인간만이 지닌 윤리적 판단, 문화적 맥락 이해, 감정적 공감 능력은 AI가 흉내낼 수 없는 에디토리얼 씽킹의 핵심 요소입니다.
온 세상이 잡지화되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든 것이 이미 이렇게 많은 세상이라면 그 안에서 어떻게 자기다움이나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 지점부터 기존 재료로 인지적 차별점을 만들어내는 편집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시도 때도 없이 알람이 울려대며 초 단위로 정보를 실어다주는 스마트폰과 AI 앞에서 우리는 수많은 재료의 쓸모와 활용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당혹감을 느낄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에디토리얼 씽킹의 실천: AI 시대의 창의성 발현 방법
에디토리얼 씽킹은 "정보와 대상에서 의미와 메시지를 도출하고, 그것을 의도한 매체에 담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편집하고 구조화하는 일련의 사고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저자는 역설합니다. AI 시대에 이러한 사고방식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에디팅은 의미화되기 전의 '잡음' 속에서 특정 정보에 주목해서 '신호', 다시 말해 의미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작업입니다. 같은 현상도 어떤 정보 관계에 주목하는지에 따라 다른 신호가 됩니다. AI 시대에는 AI가 생성한 수많은 '잡음' 속에서 인간적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저자는 The Kiffness라는 뮤지션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그는 다양한 소리를 음악으로 탈바꿈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는데요,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소음이라고 생각한 소리가 어엿한 선율로 들리는 작은 기적을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것이 어쩌면 바로 니콜라 부리요가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일수도 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정보, 누구든 접속 가능한 사실, 발에 차이게 많은 재료 중 일부를 선택하고 재배열해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편집 행위가 얼마나 멋지고 창의적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 연상을 풍성하게 하는 질문들을 던져보세요: 이것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나? 어떤 감각적 특징이 있나? 기능과 쓰임은 무엇인가? 관련한 인물, 장소, 사물, 작품이 있나?
- SCAMPER 기법을 활용해 보세요: 대치하기(Substitute), 결합하기(Combine), 적용하기(Adapt), 수정하기(Modify), 다르게 활용하기(Put to other uses), 삭제하기(Eliminate), 재배열하기(Rearrange)
- 질문이 자석이라면 정보는 철가루입니다. 좋은 질문을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끌어모으세요.
챗GPT가 절대 대체하지 못할 영역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사안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입장을 갖는 것입니다. AI는 입장이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주장하지 못하고, 설득하지 못합니다. 무엇이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지, 무엇이 신성하고 매력적인지 의미를 부여하고 주장하고 설득하는 일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당분간은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어 보입니다 - 적어도 현재의 AI 기술 수준에서는 말이죠.
브루노 무나리는 "사전에는 훌륭한 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오만 가지 단어들이 다 실려 있지만, 그 안에는 단 한 편의 시도 들어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AI는 무한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 정보들을 의미 있게 구성하고 인간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이며, 우리는 AI시대에서 정보의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의미의 능동적 창조자가 되어야만 합니다.
무언가를 모은다고 곧장 창조적 의미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방점은 '모으기'가 아니라 '알아보기'에 있습니다. 의미가 될 가능성을 알아보면서 수행하는 수집의 힘이 더 필요한 것이죠. 재료의 의미화 가능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행하는 수집은 그 자체로 강력한 주장이 됩니다. 이것이 AI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심미안입니다.
결론적으로, AI 시대의 에디토리얼 씽킹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자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발현하는 방식입니다. 정보 홍수 속에서 의미를 찾고,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인간적 가치를 부여하며, 궁극적으로는 기술과 인간성의 조화를 이루는 능력이 바로 에디토리얼 씽킹의 핵심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자기 삶의 에디터가 되어, 정보의 바다에서 의미의 항로를 찾아나가야 할 때입니다.
(최혜진님의 '에디토리얼 씽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