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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에 예체능이 더 중요한 이유: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감성 개발

by SidePlay 2025. 5. 3.
AI 시대에 예체능이 더 중요한 이유: 인간 고유의 창의성과 감성 개발

오늘날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합니다.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아닐까?" "미래에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역설적이게도,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인 창의성, 감성 지능, 신체적 표현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예체능 교육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납니다. 단순한 취미나 부수적인 활동이 아닌,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핵심 역량을 키우는 교육인 것이죠.

우리나라 교육에서 예체능은 종종 입시 준비를 위한 '자습 시간'으로 전락하거나, 전문 예술인이나 운동선수를 양성하기 위한 특수 교육으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선진 교육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체능을 통합적 인재 양성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AI 시대에 들어서며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1.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과 예체능의 가치

서구 사회에서 예체능은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자유(Liberal)'라는 단어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된 이 교육 철학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전인적 발달을 추구합니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살펴보면, 일반 공립학교에서도 연극부와 오케스트라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입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함께 공연할 작품을 선정하고, 의상을 만들고, 티켓을 판매하며, 마케팅까지 담당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단순히 예술적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큰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경험을 쌓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꼭 예술이나 체육을 전공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미래의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다양한 꿈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러한 경험을 자연스럽게 쌓아갑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는 학생'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죠.

단순 암기와 계산을 넘어선 교육

지식의 깊이는 마치 피라미드와 같습니다. 한 분야에서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넓은 기반이 필요합니다. 예체능 교육은 이 넓은 기반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수학과 과학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사고방식, 표현 능력, 감성 지능을 발달시키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단순히 정답을 찾는 훈련이 아니라, 과정과 이야기, 가치에 집중하는 경험이어야 합니다. 특히 AI와 함께하는 이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 시스템에서는 영어, 수학, 과학, 외국어, 그리고 예술(미술, 음악, 연극 등)의 여섯 가지 과목 그룹을 균형 있게 학습합니다. 이를 통해 '육각형의 사람(hexagonal people)'을 키우는 것이 목표죠. 이는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닌, 다각적인 사고와 표현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입니다.

2.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예체능의 역할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두 가지라고 말합니다. 하나는 이야기(스토리)를 통한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데이터를 통한 방식입니다. 인간은 본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수천 년의 진화 과정에서 데이터는 문자가 발명된 이후에야 등장한 형식이기 때문에, 우리 뇌는 여전히 숫자보다 이야기에 더 잘 반응합니다.

경제 방송에서 "이것이 몇 퍼센트 증가했고, 저것이 몇 퍼센트 증가했다"는 통계를 들으면 금방 잊어버리지만,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달된 내용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힘입니다.

인간만의 고유한 경쟁력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데이터 처리와 계산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잘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경험을 감정적인 형태로 변환하고, 이야기나 그림 같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는 능력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능력을 키운 사람들은 같은 경험을 해도 더 많은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갑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이해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는 '컨버터'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 사회에서 고급 작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이러한 능력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단순 암기와 계산은 AI가 담당하게 될 것이고, 인간은 창의적 스토리텔링, 감성적 표현, 예술적 해석과 같은 영역에서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확산되어 몇 년 안에 모두가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게 됩니다. 진정한 경쟁력은 '더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3. 예체능이 키우는 핵심 능력들

예체능 교육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발달하는 핵심 능력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협업과 공동체 의식

연극이나 오케스트라와 같은 단체 예술 활동은 여러 사람이 함께 호흡하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협업 능력과 공동체 의식이 발달합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현대 사회에서, 이런 경험은 매우 귀중합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자신 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해야 하는 일에는 자신감이 없다면, 그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 이러한 협업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2) 자기 표현과 감정 인식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표정과 감정 표현을 훈련합니다. "이것은 얼굴 없는 얼굴이다", "이것은 슬픈 얼굴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얼굴 근육을 훈련시키죠. 반면, 우리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살다 보니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예술 활동은 내면의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키웁니다. 인간은 내면의 것을 표현할 때 큰 기쁨을 느끼는데, 이는 유튜브나 블로그 활동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 때 느끼는 만족감과도 비슷합니다.

3) 추상적 개념의 구체화

예술은 인간의 마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 기쁨, 신념 등의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한 미국 작가는 인터뷰에서 형이 사망했을 때 15세기 이탈리아 그림 속 죽은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과 자신의 가족 모습이 정확히 일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예술은 인간의 마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을 이해하게 하는 과정을 만들어냅니다.

어릴 때는 수영이나 미술 학원에서 입시를 위한 기계적인 훈련만 받다가 흥미를 잃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체벌도 많았던 걸로 기억하네요^^;) 하지만 성인이 된 후 예술과 체육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자 아이들에게도 그런 부분을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왜 학생 때 예체능을 더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지금 와서 깨닫게 된 것은, 이러한 활동들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제 머리와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우고 삶을 더 풍요롭고 즐겁게 만든다는 점을 절실하게 느꼈기에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도 이 부분을 계속해서 강조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4. 교육 시스템의 변화와 예체능의 통합

세계의 많은 교육 시스템은 이미 예체능을 핵심 교육과정으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특히 IB 시스템에서는 과정과 방법을 중시하며, 보고서 작성에 있어서도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질문 설정, 연구 과정, 자기 평가, 성찰의 4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회사에 들어가면, 매니저가 "이것을 조사해서 보고서를 작성해보세요"라고 했을 때, 근본적으로 다른 보고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그들은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설정하고, 데이터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며, 자신의 접근 방식을 성찰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육에서 예체능이 소외되는 현상은 단순히 입시 중심 교육 때문만은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효율성'과 '결과 중심'의 사회적 가치관이 반영된 것입니다. '시간 대비 성과'를 중시하는 사고방식 속에서, 즉각적인 결과가 보이지 않는 예체능 교육은 '낭비'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이런 사고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AI가 '효율성'과 '정확성' 측면에서 인간을 앞지르는 상황에서, 인간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은 창의성, 감성 지능, 협업 능력입니다. 이는 단기간에 측정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인간의 성장과 행복, 그리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 핵심적인 요소들입니다.

흥미로운 사례로, 럭셔리 기업 CEO였던 폴린 브라운은 미래 경쟁력에 대한 책에서 "기술은 너무 빠르게 확산되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3-4년 후에는 모두가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녀의 결론은 진정한 경쟁력은 '더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가장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자산은 종종 생산성 없는 자산인 미켈란젤로의 그림이나 금과 같은 것들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유용한 것보다 아름다운 것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교육은 '측정 가능한 결과'에서 '과정과 경험의 질'로 평가 체계를 전환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예체능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육에서 창의적 사고, 협업, 표현 능력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합니다. 수학 시간에도 예술적 접근을, 과학 시간에도 신체적 경험을 통합하는 진정한 융합 교육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교육에 관심을 둔 다둥이의 아빠로서 볼 때, 우리나라도 한국예술교육진흥원처럼 청소년들에게 예술문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들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꿈의 오케스트라, 꿈의 극단, 꿈의 무용단과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경험하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한국에서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AI 교육 전략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예체능은 단순히 '배움의 대상'이 아니라 '배움의 방식'으로 모든 교과에 통합되어야 합니다. AI가 일상화된 미래에는 지식 자체보다 지식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양성 과정부터 변화가 필요하며, 모든 교과 교사들이 예술적, 신체적 요소를 수업에 통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합니다.


결론: 균형 잡힌 교육으로 AI 시대를 준비하자

예체능은 더 이상 '공부'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부와 결합될 때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특히 AI 시대에는 단순 암기와 계산보다 창의적인 사고, 감성 지능, 협업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예체능 경험을 쌓은 아이들은 미래 사회에서 더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그 데이터를 의미 있는 이야기로 변환하고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제 교육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볼 때입니다. 단순히 '올바른 답'을 찾는 교육에서 벗어나, 과정과 이야기, 가치에 집중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것이 AI와 함께 살아갈 미래 세대를 위한 진정한 준비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만약 지금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예술이나 체육 분야를 배우고 싶으신가요?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 함께 AI 시대에 더욱 빛날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을 키워나가는 여정을 시작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