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공지능이 소설 집필에 참여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아니, 이미 많은 작가들이 AI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과연 AI가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까요? 아마존 킨들, 수도라이트(Sudowrite), 재스퍼(Jasper) 등의 AI 도구를 활용해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The Verge의 조시 디에자(Josh Dzieza)가 심층 취재한 "The Great Fiction of AI" 기사를 바탕으로 AI 소설 쓰기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AI 소설 쓰기의 실제 사례: 제니퍼 렙의 도전
지난 2022년 3월의 어느 화요일, 제니퍼 렙(Jennifer Lepp)은 자신의 플로리다 배경 마녀 탐정 시리즈의 최신작 "Bring Your Beach Owl"의 집필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그녀의 기록에 따르면, 원고는 정확히 80.41%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었지만 마감 일정에 비해 많이 뒤처진 상태였죠. (작가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 '마의 영역'인 마감 일정 맞추기) 두 번째 모니터에 항상 띄워놓는 11개 컬럼의 색깔별 스프레드시트는 그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있었다고 합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빠듯한 일정에 압박감을 느꼈어요. 독자들은 계속해서 더 많은 책을 원했고, 저는 그 기대에 부응해야 했죠.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그 스트레스는 점점 커져갔어요."
그녀는 결국 수도라이트라는 AI 저작 도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도구는 GPT-3 기반의 언어 모델을 활용해 작가의 글쓰기를 보조하는 서비스인데요. 렙은 트위터를 통해 이 도구의 개발자인 아밋 굽타(Amit Gupta)와 제임스 유(James Yu)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 베타 테스터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고 하네요.
수도라이트: AI 소설 쓰기 도구의 작동 방식
수도라이트는 단순히 텍스트를 자동 생성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과학 소설 작가이기도 한 굽타와 유는 GPT-3에 다양한 플롯 트위스트와 소설 시놉시스를 학습시켰어요. 또한 냄새, 소리 등 감각적 묘사를 위한 문장들도 세심하게 훈련시켰죠. 이렇게 만들어진 수도라이트는 작가의 창작 과정을 여러 방면에서 지원합니다.
이 도구의 핵심 기능 중 몇 가지를 살펴보면, 작가가 막히는 부분에서 여러 창의적 방향을 제시하는 '브레인스톰' 기능과 간단한 장면 설명을 풍부한 감각적 묘사로 확장해주는 '묘사 확장' 기능이 있어요. 또한 등장인물의 대사나 행동에 대한 다양한 제안을 제공하고, 스토리 전개의 여러 가능성도 보여줍니다. 렙은 이런 기능들을 활용해 자신의 글쓰기 속도를 25% 이상 향상시켰다고 밝혔습니다.
"AI가 제 말투와 이야기 스타일을 이해하는 방식이 정말 놀라웠어요. 마치 제 머릿속 아이디어를 읽어내고 확장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때로는 제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주기도 했고요."
킨들 언리미티드 작가들의 AI 활용 실태
아마존의 킨들 언리미티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인디 작가들 사이에서 AI 도구의 활용은 생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요. 이들 작가는 대개 로맨스, 스릴러, 판타지와 같은 장르 소설을 월 단위로 출간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독자들의 끊임없는 새 책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죠.
제인 페이스(Jayne Faith)외 유수 작가들은 재스퍼(Jasper)와 같은 AI 도구를 사용해 출간 주기를 크게 단축시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접근법은 우리에게 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긴 합니다. AI의 도움을 받아 쓴 책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독자들은 AI가 창작 과정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할까요? 그리고 AI가 생성한 내용에 대한 윤리적, 법적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요?
AI 소설 쓰기의 장단점
모든 기술이 그렇듯, AI 소설 쓰기 도구도 분명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당연히 생산성 향상이겠죠. 작가들은 AI 도구를 활용해 더 빠르게 소설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AI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방향을 제시해 작가의 글길이 막힘(writer's block)현상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수도 있습니다.
AI는 인간이 놓칠 수 있는 다양한 감각적 묘사를 제안하기도 하는데, 이는 작품의 풍부함을 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작가들은 평소 시도하지 않았던 스타일과 방향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죠. 하지만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AI는 기존 텍스트를 학습한 것을 바탕으로 생성하므로 진정한 창의성에 한계가 존재합니다. 또한 너무 많은 작가가 같은 AI 도구를 사용하면 작품이 비슷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작가의 고유한 목소리와 스타일이 희석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AI와 작가의 공생 관계
렙과 같은 작가들은 AI를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바라봅니다. 그들에게 AI는 마치 공동 작가나 편집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책의 큰 방향과 인물의 핵심은 여전히 인간 작가가 결정하지만, 세부적인 묘사나 대화의 확장에 AI가 도움을 주는 형태랍니다.
"AI는 제 생각을 확장하고 더 빠르게 작업할 수 있게 도와줘요. 하지만 최종 결정은 항상 제가 내립니다. 이야기의 심장은 여전히 인간의 것이죠. 가끔은 AI가 제안한 내용이 정말 뛰어나서 놀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전혀 맞지 않는 제안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인간 작가로서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죠."
수도라이트의 개발자 굽타는 이런 관계를 "증강된 창의성"이라고 표현합니다.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고 강화한다는 개념인데요. 마치 계산기가 수학적 사고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계산을 도와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향후 전망: AI 소설의 미래
AI 기술은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소설 쓰기에서의 역할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GPT-4와 같은 더 발전된 언어 모델의 등장은 이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이 떠오릅니다. 독자들은 AI가 관여한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AI 소설은 순수한 인간 창작물과 동일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출판사와 문학 에이전트들은 AI 소설을 어떻게 평가하고 마케팅할까요? 그리고 미래의 작가들은 AI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정규 교육의 일환으로 배우게 될까요? 아직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AI 기술과 창작의 관계는 앞으로 더욱 밀접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결론: 인간과 AI의 창작 파트너십
AI 소설 쓰기 도구는 일정 수준을 넘어섰으며, 앞으로 더욱 정교해질 겁니다. 중요한 건 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렙과 같은 작가들은 AI를 창의적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글쓰기를 향상시키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아래와 같은 입장을 견지합니다.
"결국 이야기의 본질은 인간의 경험과 감정에 관한 것입니다. AI는 그것을 표현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할 뿐이죠.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어떤 감정을 전하고 싶은지는 여전히 인간 작가의 영역이에요."
작가와 AI의 공동 창작 시대는 이제 막 꽃을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앞으로 이 협력 관계가 어떤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을 열어갈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 같네요.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형태의 문학이 탄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하나 더. 모든 작가들이 아니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렙과 같은 입장을 고수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쉽게 창작을 가장한 과실을 따먹을 수 있게되었으니까요.
출처: Josh Dzieza, "The Great Fiction of AI", The Verge 의 글을 바탕으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