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직장 환경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1,016개 직업에 대해 AI와 인간 업무 간의 중첩을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직업이 AI의 능력과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도 있긴 하고요.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전의 자동화 혁명과 달리 AI는 단순 반복적인 일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창의적이고 교육 수준이 높은 직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직업의 완전한 대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직업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업무, 시스템, 그리고 우리가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AI와 업무의 중첩: 직업은 사라지는가, 변화하는가?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AI는 특히 고소득, 고학력, 창의적 직업과 가장 많이 중첩됩니다. 대학 교수들이 AI와 가장 많이 겹치는 상위 20개 직업에 포함되며, 텔레마케터는 AI와의 중첩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댄서, 운동선수, 항타기(pile driver) 운전자, 지붕 작업자, 오토바이 정비사와 같이 신체적 움직임이 중요한 직업들은 AI와 거의 중첩되지 않습니다. 이는 현재 AI가 물리적 세계에서 활동하는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직업과 AI의 중첩이 직업의 완전한 대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직업은 다양한 업무의 묶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업무마다 AI의 활용 가능성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대학 교수의 경우, 강의, 연구, 글쓰기, 행정 업무, 추천서 작성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합니다. AI가 이 중 일부를 자동화할 수 있지만, 이것이 교수직 자체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과 함께 진행한 실험에서는 컨설턴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른 그룹은 GPT-4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AI를 사용한 컨설턴트들은 더 빠르게 일하고, 더 창의적이고, 더 분석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으나, AI를 너무 맹신하면 오히려 성과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AI 핸들을 놓친 상태'로, 인간이 AI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면서 자신의 판단력을 발휘하지 않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AI는 대부분의 직업과 중첩되지만, 직업의 완전한 대체보다는 변화를 가져옴
- 물리적 세계에서의 활동이 중요한 직업은 AI의 영향을 덜 받음
- 직업은 다양한 업무의 묶음으로, AI는 일부 업무만 자동화할 수 있음
- AI 활용 시 인간의 판단력이 여전히 중요함
우리가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성격에 따라 AI와의 협업 방식을 분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인간과 AI가 어떻게 함께 일할 때 가장 효과적인지를 탐색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인간과 AI의 업무 분담: 최적의 협업 모델 찾기
AI와 함께 일할 때, 업무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인간 전용 업무'는 AI가 도움이 되지 않거나 인간만이 수행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업무입니다. 현재 AI는 유머 감각이나 특정 맥락에서의 적절한 판단과 같은 영역에서 한계를 보입니다. 또한 윤리적 이유나 개인적 가치에 따라 AI에게 위임하고 싶지 않은 업무도 있을 수 있습니다.
둘째, '위임 업무'는 AI에게 맡기고 결과를 확인하지만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 업무입니다.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인간에게는 시간 소모적이지만 AI에게는 효율적인 업무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메일 정리, 약속 일정 관리, 항공권 예약과 같은 업무를 예로 들 수 있겠죠.
셋째, '자동화 업무'는 완전히 AI에게 맡기고 확인조차 하지 않는 업무입니다. 현재는 AI의 오류 가능성 때문에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업무가 많지 않지만, 스팸 필터링처럼 이미 자동화된 영역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더 빠르게 AI 에이전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 카테고리는 확장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인간 전용 업무: AI가 도움이 되지 않거나 인간만이 수행해야 할 업무
- 위임 업무: AI에게 맡기고 결과를 확인하는 업무
- 자동화 업무: 완전히 AI에게 맡기는 업무
- 협업 업무: 인간과 AI가 함께 수행하는 업무(켄타우로스와 사이보그 모델)
마지막으로, 가장 가치 있는 협업 형태는 '켄타우로스(Centaur)'와 '사이보그(Cyborg)' 모델입니다. 켄타우로스 접근법은 인간과 기계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두고, 업무를 전략적으로 분담합니다. 반면 사이보그 접근법은 인간과 기계를 심도있게 통합하여, 문장의 시작과 같은 작은 업무 조각들을 AI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함께 일합니다.
이러한 협업 모델을 적절히 선별하고 활용함으로써, 우리는 AI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인간의 역할과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업무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협업 모델을 선택하고, AI가 단순히 인간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동반자로 인식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직 내 AI 활용의 현실과 과제: 그림자 자동화와 시스템 변화
현재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대형 언어 모델(LLM)과 그 생산성 혜택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혁신 분야에 대한 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범용 도구에 접근할 때 자신의 일을 더 쉽고 더 나은 방식으로 수행하는 방법을 찾아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AI 활용 사실을 숨기는 '그림자 자동화(Secret Task Automation)'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밀 유지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많은 기업들이 처음에 ChatGPT와 같은 AI 도구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개인 기기를 통해 AI에 접근하게 되었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공유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둘째, AI 사용의 가치는 종종 다른 사람들이 AI 사용 사실을 모를 때 더 강력합니다. 사람들은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인간이 만든 것으로 생각할 때 그에 대한 반응을 상대적으로 다르게 평가합니다. 셋째, 직원들은 AI를 통해 업무를 자동화하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대체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직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우선,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직원들이 조직의 어느 수준에나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둘째, AI 사용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생산성 향상을 인원 감축이 아닌 새로운 가치 창출로 연결하는 접근도 필요합니다. 셋째, AI 사용자들이 그들의 발견을 공유하도록 강력히 장려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AI를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직은 AI가 시스템 수준에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 많은 직원들이 AI 활용 사실을 숨기는 '그림자 자동화' 현상 발생
- 조직 정책, 인식의 차이, 대체 우려 등이 비밀 유지의 주요 이유
- AI 활용 직원 발굴과 포상, 신뢰 구축이 필요
- 생산성 향상을 인원 감축이 아닌 새로운 가치 창출로 연결해야 함
업무 시스템은 역사적으로 기술과 사회적 조건에 의해 형성되어 왔습니다. 조직도는 1850년대 철도를 운영하기 위해 개발되었고, 조립 라인은 헨리 포드가 인간의 한계와 기술을 결합하여 만들었습니다. 인터넷은 또 다른 업무 조직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AI 역시 이러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됩니다.
AI가 직업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 변화와 적응의 시대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루한 업무나 우리가 잘하지 못하는 업무를 AI에게 맡기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업무는 인간이나 인간-AI 협업 팀이 담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직업을 구성하는 업무 묶음이 변화하는 역사적 패턴과 일치하기도 하고요.
시스템 관점에서 볼 때, 직업의 변화는 생각보다 느리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은 조직의 모든 측면에 깊이 통합되어 있어, 인간을 기계로 쉽게 대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의사를 AI로 대체할 수 있다 하더라도, 환자들이 이를 수용할지, 책임 규정은 어떻게 작동할지, 다른 의료 전문가들은 어떻게 적응할지, 인턴 교육이나 전문 조직 참여와 같은 의사의 다른 업무는 누가 담당할지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일부 산업은 경제적 기반이 변화함에 따라 빠르게 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간 30억 달러 규모의 사진 시장은 AI가 맞춤형 이미지를 쉽게 생성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연간 1,100억 달러 규모의 콜센터 산업도 AI가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게 됨에 따라 변화에 직면할 것입니다. 동시에 AI 시스템을 서비스하고 배포하는 것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 AI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하여 인간이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함
- 직업의 변화는 시스템적 제약으로 인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될 수 있음
- 일부 산업은 경제적 기반 변화로 빠르게 변화할 것
- AI는 성과 격차를 줄이고 업무 능력을 평준화하는 경향이 있음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AI가 업무 능력의 격차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AI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초기 능력이 가장 낮은 사람들입니다. 글쓰기 업무에서는 나쁜 작가가 괜찮은 작가가 되고, 창의성 테스트에서는 가장 창의성이 낮은 사람들이 가장 큰 향상을 보이며, 법대생 중에서는 가장 형편없는 법률 작성자가 좋은 작성자로 변합니다. 이는 AI가 상향 평준화 도구로 작용하여 모든 사람을 우수한 직원으로 만들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육체노동의 자동화만큼 큰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은 교육과 기술의 가치가 감소할 수 있고 직업의 성격 자체도 크게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더 짧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대량 실업이나 적어도 불완전 고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4일 근무제나 보편적 기본소득과 같은 정책 솔루션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어야만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고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기술 미래학자 로이 아마라의 법칙에 따르면, '우리는 기술의 단기적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장기적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장기적인 미래는 매우 불확실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AI는 일부 산업을 다른 산업보다 더 많이 변화시킬 것이고, 일부 직업은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지만, 동시에 다른 직업군에 대해선 전혀 변화를 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결론: AI 시대의 직업과 미래에 대한 준비
인공지능은 우리의 직업 세계에 급격한 전환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AI가 단순히 직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성격과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간과 AI의 효과적인 협업 모델을 개발하고, 조직 내에서 AI 활용을 장려하며, 시스템 수준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준비함으로써, 우리는 AI 시대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