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정신건강 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의 다섯 명 중 한 명은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지만, 정작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의 75%는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네요. 더 충격적인 사실은 치료를 받더라도 약 절반만 회복된다는 점입니다. "다리 골절로 병원에 갔는데 고칠 확률이 50%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을 겁니다." 영국 정신건강 클리닉 Ieso의 앤드류 블랙웰 박사의 말처럼, 정신건강 치료의 현실은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이 심리치료 분야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치료사와 내담자 간 대화를 분석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이 기술이 과연 어떻게 작동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까요? 이 글에서는 AI가 어떻게 심리치료의 미래를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말 한마디가 삶을 바꿀 때: 30년 트라우마를 이겨낸 케빈의 이야기
1989년 4월의 화창한 봄날, 17세 케빈 코울리는 영국 셰필드의 힐즈버러 축구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그날은 노팅엄 포레스트와 리버풀의 준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죠. 경기장은 축구 팬들로 가득 찼고, 코울리는 너무 빽빽하게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기에 주머니에서 손조차 꺼낼 수 없었습니다.
그의 팀이 거의 득점했을 때 관중들이 환호하며 일제히 앞으로 몰려들었고, 그 순간 안전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졌고, 코울리는 그 무게에 깔려 의식을 잃었습니다. 눈을 떴을 때 그는 죽은 사람들과 죽어가는 사람들 사이에 낑겨 있었습니다. 소변과 땀 냄새, 울부짖는 남성들의 소리가 그를 둘러쌌습니다. 살기 위해 그는 옆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사람을 밟고 일어났고, 그 사람이 그날 사망한 94명 중 하나였는지를 아직까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끔찍한 기억은 30년 동안 코울리의 삶을 괴롭혔습니다. 플래시백과 불면증으로 고통받았고, 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내에게조차 이야기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술로 최악의 기억을 잊으려 했었고, 2004년에는 의사의 소개로 수련 치료사(trainee therapist: 영적, 심리적, 신체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치유를 돕는 과정)에게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해 몇 번의 세션 후에 그만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년 전, 그는 인터넷을 통한 치료를 광고하는 포스터를 보고 다시 시도해보기로 결정했는데요. 문자 메시지를 통한 수십 번의 정기적인 세션 후, 현재 49세인 코울리는 마침내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서 회복되고 있다 합니다. "몇 마디 말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라고 Ieso의 수석 과학 책임자 블랙웰은 소회를 밝혔습니다.
심리치료의 언어적 비밀: AI가 대화를 분석하는 방법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말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블랙웰과 그의 동료들은 치료 세션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AI로 분석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개척하고 있는데요, 이 접근법의 핵심은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사용하여 치료사와 내담자 간의 대화에서 어떤 유형의 발언과 교류가 다양한 정신 질환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지 식별하는 것입니다.
심리 치료와 상담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대적 형태의 심리 치료가 수십 년 동안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여전히 모르는 것이 상상이상으로 많습니다. 치료사와 내담자 간의 좋은 관계가 중요하다고 일반적으로 여겨지지만, 특정 기법이 특정 질병에 적용될 때 어떤 결과를 낼지에 대해선 여전히 예측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치료 세션의 기록을 수작업으로 분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유타 대학의 심리 치료 연구원 잭 이멜은 "분석에 엄청난 시간이 걸리고, 샘플 크기가 창피할 정도로 작습니다. 수십 년 동안 연구했지만 많이 배우지 못했습니다"라고 현실적 난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AI가 이 방정식을 완전히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자동 번역을 수행하는 기계 학습 기술은 방대한 양의 언어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죠. 따라서 연구자들에게 치료사가 사용하는 언어라는 풍부하고 미개발된 데이터 소스에 훨씬 더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줍니다.
AI가 치료 대화를 분석하는 방식
Ieso와 미국의 Lyssn 같은 회사들은 치료 세션의 대화를 AI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치료 세션 기록에 AI를 훈련시키는데, NLP 모델을 훈련하기 위해 수백 개의 기록에 수동으로 주석을 달아 세션 중 특정 시점에서 치료사와 내담자의 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표시합니다.
예를 들어, 세션은 치료사가 내담자를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해 내담자의 기분을 논의하는 것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치료사가 내담자의 문제에 공감하고, 이전 세션에서 배운 기술을 연습했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기술은 영화 리뷰의 감정을 분석하거나 언어 간 번역을 수행하는 알고리즘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맥락에 맞도록 자연어를 치료 세션의 '지문'으로 변환하여 각 발언의 역할을 보여주게 합니다.
이렇게 생성된 세션 '지문'은 건설적인 치료적 대화와 일반적인 잡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사용되었는지 보여줄 수 있게되는 것이죠. Ieso의 최고 임상 책임자이자 약 650명의 치료사를 감독하는 스티븐 프리어는 이 정보를 통해 치료사들이 향후 세션에서 더 효과적인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AI 기반 심리치료의 실제 적용: Ieso의 사례
Ieso는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가 지원하는 최대 온라인 심리치료 제공자 중 하나로, 문자나 비디오를 통해 인터넷 기반 치료를 제공합니다. 지금까지 약 86,000명의 내담자들에게 460,000시간 이상의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 Behavioral Therapies)를 제공했으며, 이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문제를 관리하도록 돕는 효과적인 기법입니다.
Ieso의 모든 장애에 대한 회복률은 53%로, 영국 국가 평균 51%보다 약간 높습니다. 이 차이는 작게 들릴 수 있지만, 영국에서만 매년 160만 명이 심리치료를 의뢰받는 것을 고려하면 수만 명의 추가 회복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2013년부터 Ieso가 우울증과 일반화된 불안 장애에 초점을 맞추고 NLP를 핵심 요소로 하는 데이터 기반 접근법을 사용한 이후의 결과입니다:
- 2021년 우울증 회복률: 62% (국가 평균 50%)
- 일반화된 불안장애 회복률: 73% (국가 평균 58%)
이러한 획기적인 향상은 AI 기술이 심리치료의 효과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Ieso는 불안과 우울증에 초점을 맞춘 이유를 이들이 가장 흔한 정신건강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강박장애와 같은 다른 상태보다 CBT에 더 잘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더 다양한 접근법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론적으로, AI를 사용한 품질 모니터링은 치료의 효율성을 높여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내담자를 치료할 수 있게 한다고 프리어는 말합니다.
"현재 1,000시간의 치료 시간으로 80-90명의 내담자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라고 프리어는 말합니다. 우리는 이 숫자를 200, 300, 심지어 400명까지 늘릴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AI 심리치료의 도전과 기회
심리치료를 더 증거 기반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주요 도전 중 하나는 치료사와 내담자들에게 그들의 사적인 대화를 공개하도록 요청해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과연 치료사들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 전문적 수행을 모니터링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없다고 할수 있을까요?
영국의 트렌트 PTS 임상 서비스 디렉터 딘 레퍼는 일부 치료사들의 망설임을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술은 치료사들에게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 방에 다른 사람이 있어 모든 대화를 기록하는 것 같은 느낌이죠." 트렌트 PTS는 현재 모니터링을 예상하는 수련생들에게만 Lyssn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 있으며, 경험 있는 치료사들은 그 이점을 인식하도록 설득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멜은 이 기술의 목적이 치료사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것임을 강조하긴 합니다. "내담자들과 단둘이 일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매주 20-30시간 동안 다른 사람과 개인 방에 있으면서 동료로부터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면, 실력을 향상시키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Ieso에서는 치료사들이 AI가 생성한 피드백을 감독자와 함께 논의합니다. 이는 치료사들이 자신의 강점(다른 치료사들이 배울 수 있는 것)과 개선이 필요한 영역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AI가 여는 심리치료의 새로운 지평
블랙웰은 "우리는 향후 5년 내에 심리학과 정신의학에서 정밀 의학의 시대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미국에는 보험사가 인정하는 약 450가지 다른 유형의 심리치료가 있는데, 외부에서 보면 모두 동등하게 효과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심리치료의 '화학적 분석'을 수행한다면, 다양한 이론적 프레임워크에서 온 특정 '활성 성분'들을 발견할 것입니다"라고 블랙웰은 설명합니다. 그는 약물 치료처럼 특정 내담자를 위해 다양한 치료법의 핵심 요소들을 조합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분들은 아직 이름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치료법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가능성 중 하나는 특별히 뛰어난 결과를 내는 치료사들의 패턴을 분석하고, 다른 치료사들에게 그 방법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프리어는 자신이 함께 일하는 치료사 중 약 10-15%가 "마법 같은 무언가"를 한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많은 내담자들을 일관되게 건강하게 만들고, 그 상태를 유지시킵니다. 그런데 이 비결을 체계화할 수 있을까요?" 프리어는 케빈 코울리를 치료한 사람이 바로 그런 뛰어난 치료사라고 믿습니다. "케빈의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몇 십 년 동안 고통받았는지 생각해보세요. 만약 케빈이 17-18세 때 효과적인 치료에 접근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결론: AI와 함께하는 더 효과적인 심리치료의 미래
AI가 심리 치료를 분석하고 개선하는 방식은 정신 건강 치료의 접근성과 효과 전반에 걸쳐 잠재적이며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예상케합니다. 치료사들이 자신의 기술을 향상시키고, 내담자들에게 더 개인화된 치료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효과적인 치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데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죠.
심리 치료는 오랫동안 과학과 예술이 혼재된 영역이었습니다. AI의 도움으로, 우리는 마침내 효과적인 치료의 핵심 요소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얻게 되었고, 그 지식을 활용해 정신 건강 치료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케빈 코울리의 이야기는 적절한 말과 적절한 치료가 어떻게 30년의 트라우마조차 치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적인 예시입니다. AI가 가져올 혁신 덕분에,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빨리, 더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출처: MIT Technology Review, "The therapists using AI to make therapy better" by Charlotte Jee & Will Douglas Heaven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