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hatGPT 같은 생성형 AI, 정말 똑똑하죠? 글쓰기부터 코딩, 이미지 생성까지 못하는 게 없어 보입니다. 특히 글쓰기에 AI를 활용하면 아이디어가 샘솟고 막혔던 부분도 술술 풀리는 경험, 혹시 해보셨을지요? 실제로 AI가 우리의 창의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오히려 우리 모두의 결과물을 비슷하게 만들어 버린다면 어떨까요? 마치 개성 넘치는 손글씨 대신 모두 똑같은 컴퓨터 폰트를 쓰는 것처럼 말이죠.
최근 세계적인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바로 이 흥미로운 질문에 답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생성형 AI가 글쓰기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을 통해 면밀히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는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AI가 개인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집단 전체의 콘텐츠 다양성은 오히려 감소시킨다는 '양날의 검' 같은 효과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연구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고, 이것이 우리 창작자, 교육자, 그리고 콘텐츠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 함께 고민해보려 합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될 거예요.
AI 글쓰기 도우미, 정말 효과 있을까? 연구 방법 엿보기
연구팀은 생성형 AI가 인간의 창의적인 글쓰기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온라인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총 293명의 참가자('작가')를 모집해서 짧은 소설(8문장 분량)을 쓰도록 요청했죠.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 그룹 1 (Human-only): 아무런 AI 도움 없이 스스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 그룹 2 (Human + 1 GenAI idea): 원할 경우, AI(GPT-4)가 생성한 스토리 아이디어(3문장 요약)를 1개 받아 참고할 수 있었습니다.
- 그룹 3 (Human + 5 GenAI ideas): 원할 경우, AI가 생성한 스토리 아이디어를 최대 5개까지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아이디어 제공)
중요한 점은 AI 아이디어를 '강제'한 것이 아니라 '선택권'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AI 아이디어를 요청할 수 있었던 그룹의 참가자 중 약 88%가 최소 한 번 이상 AI의 도움을 받기를 선택했다고 하네요. 이는 많은 사람들이 AI를 창작 과정의 잠재적 조력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작성된 293개의 이야기는 다시 600명의 별도 참가자('평가자')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평가자들은 어떤 이야기가 AI의 도움을 받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각 이야기의 창의성(참신성, 유용성)과 여러 감성적인 측면(얼마나 잘 쓰였는지, 재미있는지, 놀라운 반전이 있는지 등)을 평가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평가 결과와 작가들의 특성(사전에 측정한 내재적 창의성 점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AI의 영향을 파악했습니다.
자, 그럼 과연 AI의 도움은 작가들의 글쓰기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평가자들의 눈에는 AI의 도움을 받은 이야기가 어떻게 비쳤을지, 구체적인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놀랍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AI, 창의성의 날개를 달다: 개인 창작 능력 향상 효과
연구 결과, AI의 아이디어를 참고한 작가들이 쓴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 작가들의 이야기보다 **전반적으로 더 창의적**이라고 평가받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참신성(Novelty): AI 아이디어를 1개 참고한 그룹은 5.4%, 5개까지 참고한 그룹은 8.1% 더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AI가 새로운 관점이나 독특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스프링보드' 역할을 한 셈이죠.
- 유용성(Usefulness): 이야기가 얼마나 적절하고, 완성도 있으며, 출판 가능성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유용성 측면에서도 AI 도움 그룹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5개 아이디어를 참고한 그룹은 9.0%나 높은 평가를 받아, AI가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음을 보여줍니다.
- 감성적 매력: AI 도움을 받은 이야기는 더 '잘 쓰였고', '재미있으며', '놀라운 반전'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독자의 흥미를 끄는 데도 AI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죠.
저도 실제로 블로그 글 주제가 떠오르지 않을 때 AI에게 몇 가지 키워드를 던져주고 아이디어를 얻곤 하는데,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향을 제시해줘서 놀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AI의 긍정적 효과가 원래 창의성이 다소 부족했던 작가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연구팀은 작가들의 내재적 창의성을 'DAT(Divergent Association Task)'라는 검사로 측정했는데, DAT 점수가 낮은 작가들이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 창의성 점수가 크게 향상되어 DAT 점수가 높은 작가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마치 AI가 창의력의 '격차'를 줄여주는 '보조 교사' 역할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AI가 창의적인 작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지원군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AI는 창의성의 구세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 AI의 도움에는 예상치 못한 대가가 따랐습니다.
개성의 실종? AI가 만드는 '창의적 획일화'의 그림자
연구팀은 단순히 평가자들의 주관적인 점수만 본 것이 아니라, 작성된 이야기들 간의 '객관적인 유사성'도 분석했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각 이야기의 내용을 벡터 공간에 임베딩하고, 이야기들 간의 코사인 유사도를 측정한 것이죠. 그 결과, AI의 아이디어를 참고한 그룹의 이야기들은 AI 도움 없이 쓰인 이야기들보다 서로 훨씬 더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아마도 AI가 제안하는 아이디어가 특정 패턴이나 데이터 분포에 기반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한 작가들이 AI의 제안에 너무 의존하거나 '앵커링(anchoring)'되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펼치기 어려워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콘텐츠 품질 향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화 콘텐츠 전반의 다양성을 해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만 넘쳐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AI의 도움을 받은 이야기들은 작가들이 참고한 AI 아이디어 자체와도 더 유사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작가들이 AI 아이디어를 단순히 '영감'으로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 AI의 제안에 영향을 받거나 의존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개인의 창의성은 높아지지만, 집단적 참신성은 잃을 위험"이 있는 일종의 '사회적 딜레마'와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모두가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사용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지만, 그 결과 우리 모두가 비슷해져 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인 것이죠.
우리 안의 '독창성', AI 시대에 지킬 수 있을까?
이러한 '창의적 획일화' 현상은 비단 글쓰기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AI가 이미지, 음악, 코드 등 다양한 창작 분야로 확산되면서, AI가 제안하는 '최적화된' 또는 '평균적인' 결과물에 우리 인간 창작자들이 길들여지거나 안주하게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당장은 AI 덕분에 더 쉽고 빠르게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색깔과 실험 정신, 그리고 예상치 못한 '실패'로부터 오는 배움의 기회마저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AI 시대, 창의성을 위한 현명한 동반자 관계 맺기
그렇다면 우리는 생성형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이 연구는 AI가 창의성을 무조건 저해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AI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AI는 분명 막힌 아이디어를 뚫어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특히 초보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습니다.
현명한 AI 활용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드립니다:
- AI는 '조수'이지 '주인'이 아니다: AI의 제안은 참고 자료일 뿐, 최종 결정과 판단은 항상 여러분의 몫입니다. AI의 제안에 매몰되지 말고,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 '질문'을 잘 던져라: 단순히 "이야기 써줘"가 아니라, 구체적인 조건, 원하는 스타일, 피하고 싶은 클리셰 등을 명확히 제시하며 AI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AI를 커스터마이징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 다양한 아이디어 소스를 활용하라: AI에만 의존하지 마세요. 독서, 여행, 대화, 다른 사람의 작품 감상 등 전통적인 영감의 원천을 꾸준히 탐색하고 AI와 결합할 때 더 독창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 초안 작성 후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AI가 생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하되, 반드시 자신만의 문체, 경험, 감성을 불어넣는 편집과 수정 과정을 거치세요. 이 과정에서 진정한 창의성이 발현됩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와 '비판적 사고 능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또는 '교육 현장에서 AI 글쓰기 도구를 도입할 때는 단순히 결과물의 품질만 볼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AI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입니다.
또한, 이 연구는 AI 사용 여부의 '투명한 공개'와 '저작권 및 보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도 시사합니다. AI의 도움을 받은 창작물에 대해 어떻게 크레딧을 부여하고 이익을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결론: AI와 함께, 더 '나답게' 창의적으로!
이번 Science Advances 연구는 생성형 AI가 개인의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집단적 다양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실험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AI는 창의성의 문턱을 낮추고 특히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무분별하게 의존할 경우 우리 모두를 비슷하게 만드는 '획일화'의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집니다.
결국 AI 시대의 창의성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는 우리 인간의 지혜와 주체성에 달려있습니다. AI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비판적으로 활용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현명한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합니다. AI의 도움을 받되, 최종 결과물에는 '나다움'이 살아 숨 쉬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AI를 창의적인 작업에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요? AI 시대의 창의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한 번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