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는 현대 청소년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활동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과 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소셜미디어와 청소년 발달: 성별과 나이에 따른 민감성의 차이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기 동안 소셜미디어 사용과 삶의 만족도 간의 관계는 발달 과정에 따라 변화하며, 특히 특정 나이대에서 더 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영국의 두 대규모 데이터셋을 분석해 10세부터 80세까지 총 84,011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조사 및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에이미 오벤(Amy Orben) 박사는 "소셜미디어 사용과 삶의 만족도 간의 관계는 청소년기 동안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특정 발달 시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청소년들의 뇌 발달, 심리적, 사회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여학생: 11-13세가 가장 민감한 시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청소년의 경우 11-13세 시기에 소셜미디어 사용량이 증가하면 이후 1년 동안 삶의 만족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12세에서 가장 강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도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쉽게 말해, 11-13세 여학생들이 평소보다 소셜미디어를 더 많이 사용한 해에는 다음 해의 삶의 만족도가 평소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사춘기 초기 여학생들이 소셜미디어 사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연구 공동 저자인 사라-제인 블레이크모어(Sarah-Jayne Blakemore) 교수는 "여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남학생보다 사춘기를 일찍 겪고, 이로 인한 신체적, 심리적 변화가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민감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 11세 여학생: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가 삶의 만족도 감소와 유의미한 관계
- 12세 여학생: 가장 강한 부정적 관계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
- 13세 여학생: 여전히 부정적 관계가 존재 (통계적으로 유의미)
이 시기는 또한 청소년들이 또래 관계와 자기 정체성에 더 집중하게 되는 시기와 일치합니다. 소셜미디어가 이러한 사회적 비교와 자기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남학생: 14-15세에 영향이 두드러져
흥미롭게도 남성 청소년의 경우 소셜미디어에 대한 민감성이 여성보다 약 2-3년 늦게 나타났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4-15세 남학생들이 소셜미디어 사용과 삶의 만족도 사이의 부정적 관계가 가장 강했습니다. 특히 15세 남학생들에게서 가장 강한 영향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이 나이에 소셜미디어를 더 많이 사용한 경우 다음 해의 행복감이 더 크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우연히 발생할 확률이 0.1% 미만으로, 매우 신뢰할 수 있는 발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앤드류 프지빌스키(Andrew K. Przybylski) 옥스포드대학 교수는 "이러한 성별 차이는 발달 시기의 차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하며, "청소년기의 뇌 발달, 호르몬 변화, 사회적 상호작용의 변화가 소셜미디어 영향에 대한 민감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14세 남학생: 소셜미디어 사용과 삶의 만족도 사이 부정적 관계 확인 (p = 0.005)
- 15세 남학생: 가장 강한 부정적 관계 관찰 (p = 0.001)
- 16-18세: 유의미한 관계 없음
남녀 공통으로 영향이 큰 시기: 19세
연구는 또한 남녀 모두 19세에 소셜미디어 사용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다시 증가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19세에는 남녀 간 차이가 거의 없이 동일한 수준의 부정적 영향이 관찰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남녀 모두 19세에 소셜미디어 사용량이 늘어나면 다음 해의 삶의 만족도가 뚜렷하게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는 의미로, 연구진은 이 결과가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연구진은 "대학 진학이나 가정을 떠나는 등 큰 환경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와 일치하며, 사회적 네트워크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시기는 청소년이 성인기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정체성 형성과 사회적 관계 재구성이 활발히 일어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삶의 만족도가 소셜미디어 사용에 미치는 영향
또한 소셜미디어 사용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가 소셜미디어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양방향 관계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쉽게 말해, 한 해 동안 행복감이 낮아진 청소년들은 다음 해에 소셜미디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현상이 나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청소년에게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 발견이 우연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패턴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로지어 키빗(Rogier A. Kievit) 교수는 "삶의 만족도가 낮은 청소년들이 사회적 지지를 찾거나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는 소셜미디어가 단순히 청소년에게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상호작용이 존재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셜미디어 영향과 연령대별 특성
연구 결과는 소셜미디어 사용이 모든 청소년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발달 단계와 성별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연구진이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젊은 청소년(10-15세)과 나이가 더 많은 청소년(16-21세) 사이에도 소셜미디어 사용 패턴과 그 영향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10-15세의 경우 소셜미디어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직선적인 관계가 나타났고 성별 차이도 뚜렷했습니다. 반면, 나이가 많은 청소년(16-21세)의 경우 이른바 "골디락스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골디락스 효과란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가 가장 좋다'는 의미로, 소셜미디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것보다 적당히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가장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16-21세 청소년들에게는 하루에 1-3시간 정도의 중간 수준 소셜미디어 사용이 가장 높은 행복감과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의 의의와 한계
이 연구는 84,000명 이상의 대규모 표본을 분석하고 종단적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몇 가지 한계점도 인정합니다.
- 소셜미디어 사용량은 자기 보고식 측정에 의존했으며, 객관적인 사용 데이터가 아닙니다.
- 연구는 소셜미디어 사용의 구체적인 형태나 내용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 1년의 시간 간격으로 측정했기 때문에 더 짧은 기간의 영향은 포착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소셜미디어 사용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특히 소셜미디어 규제나 교육 정책을 수립할 때 청소년의 발달 단계와 성별 차이를 고려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결론: 청소년기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맞춤형 접근 필요
이 연구는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복잡하고 다층적이며, 발달 단계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을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일률적인 접근보다는 발달 단계와 성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학생들이 11-13세에, 남학생들이 14-15세에 소셜미디어의 부정적 영향에 더 취약할 수 있으므로, 이 시기에 더 많은 지원과 교육이 수반되어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19세 즈음에 겪는 환경 변화 시기에도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추가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삶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 없는 만큼, 각 발달 단계에 맞는 적절한 사용 방법과 균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출처: Orben, A., Przybylski, A. K., Blakemore, S.-J., & Kievit, R. A. (2022). Windows of developmental sensitivity to social media. Nature Communications, 13,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