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대학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라고 믿어왔습니다. 취업 준비생들은 자기소개서에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웠다고 자랑스럽게 적고,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력을 가르친다고 당당히 홍보하죠. 그런데... 정말 대학이 우리에게 비판적 사고를 가르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해 함께 파헤쳐보려 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당연시 여겨온 '비판적 사고 교육'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라는 점도 함께 밝히면서요.
비판적 사고, 대학 교육의 핵심인가 환상인가?
제가 대학에 다닐 때를 돌이켜보면, 교수님들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하세요"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어떻게 비판적으로 생각하는지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신 적은 거의 없다는 점이지죠. 마치 수영을 배울 때 "그냥 물에 들어가서 헤엄치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요? 리처드 아룸과 조시파 록사의 연구 '학문적으로 표류하다(Academically Adrift)'에서는 대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 능력에서 거의 향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대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CLA(Collegiate Learning Assessment) 점수를 기반으로 했는데요. 물론 이 연구가 CLA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가 '비판적 사고'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니, 놀랍지 않나요?
- 대부분의 대학은 비판적 사고를 핵심 교육 목표로 삼고 있음
- 연구 결과, 대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이 크게 향상되지 않음
- 더 근본적인 문제: '비판적 사고'의 정의와 존재 자체가 불명확함
생각해보면 웃긴 상황이죠. 우리는 고액의 등록금을 내고 대학에 가서 '비판적 사고'를 배운다고 믿지만, 정작 교수님들도 그게 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인 거죠. 마치 꼭 필요하다고 하는 비타민을 매일 먹고 있는데, 알고 보니 그 비타민이 정확히 무엇인지, 심지어 효과가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일반적 사고 기술은 실제로 존재할까? 학계의 뜨거운 논쟁
비판적 사고에 대한 연구 세계에는 재미있는 논쟁이 있습니다. 바로 '일반적 사고 기술(General Thinking Skills, GTS)'이 실제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것이지죠. 이 논쟁은 소수의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논쟁은 현대 고등교육에서 가장 간과되고 오해받는 이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학자들은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일반주의자(generalist)'들은 비판적 사고가 유한한 구성 기술 세트로 추출될 수 있으며, 이 기술들은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고 모든 학문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반면 '특수주의자(specifist)'들은 비판적 사고가 항상 맥락적이며 특정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이는 쉽게 말해, 사고는 항상 '무언가에 대한' 것이라는 주장이죠.
- 일반주의자: 비판적 사고는 범용적 기술이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 특수주의자: 비판적 사고는 항상 특정 맥락과 주제에 묶여 있다
- 연구 증거: 특수주의자들의 주장에 더 유리한 증거가 많음
다니엘 윌링햄 교수는 증거에 기반해 일반적인 '사고 기술'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주로 그 프로그램에서 연습한 유형의 문제에 대한 사고력이지, 다른 유형의 문제에 대한 사고력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사고 기술을 내용에서 분리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즉, 윌링햄은 비판적 사고가 상당한 양의 영역별 지식을 습득한 후에만 가능하며, 심지어 그때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실용적인 제안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등교육이 비판적 사고자를 양성한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몇 가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어요. 존 슐루터의 제안을 살펴보면, 교수들이 인지과학, 교육심리학, 철학 영역에서 일어나는 사고 기술 논쟁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 분야의 필수 읽기 자료를 일종의 입문서로 배포한다면 시간과 돈을 잘 투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교수들은 자신의 분야 맥락 내에서 사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가르치는 내용과 독립적으로 비판적 사고 기술 세트를 강요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문학, 과학, 심리학, 경제학 등의 교수는 자신이 학자이자 연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반영하고 이러한 인지 과정을 학생들에게 명시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사고 기술이 대학 과정에서 다른 내용만큼 명시적으로 가르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LLM에게 질문을 할 때 얼럴뚱땅 질문하면 원하는 답과는 점점 멀어지는 원리와도 비슷한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우리는 사고 기술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접근법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이(transfer)' 대신 '중첩(overlap)'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즉, 사고 기술을 더 명시적으로 가르쳐지면, 특히 일반 교육 수업에서는 교수와 학생 모두 한 영역(예: 경제학)의 맥락에서의 사고가 다른 영역(생물학)에서 작동하는 사고 과정과 어떻게 중첩되는지 알아차리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접근법이 훨씬 더 생산적며 장벽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어떤 면에서 우리는 대학 교육이라는 절차를 통해, 아니 대학이라는 고등 교육 기관에 대해 비판적 사고라는 큰 베팅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베팅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더 이상 학생들이 마법처럼 비판적 사고자가 되기를 기대해선 안됩니다. 대신, 우리는 사고 기술의 명시적인 교육을 전면에 내세우는 교육학적 접근을 택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John Schlueter, "Can colleges truly teach critical-thinking skills?" (essay), Inside Higher Ed, 2016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