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과 태블릿이 대중화된 오늘날, 학생들은 필기를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손글씨 필기부터 키보드 타이핑, 전자 펜을 활용한 디지털 필기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죠. 하지만 이런 다양한 필기 방법 중에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펜이 키보드보다 강하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실제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카더라'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관련 논문을 찾다가 마침 하나를 발견해서 디지털 시대의 필기법과 학습 효과의 관계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 여러분에게 최적의 필기 전략을 제안해 드리고자 합니다.
손글씨 vs 키보드 타이핑: 오해와 진실
2014년 뮬러와 오펜하이머의 연구가 발표되면서 "손글씨가 키보드 타이핑보다 학습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미디어를 통해 크게 확산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손글씨로 필기한 학생들이 키보드로 필기한 학생들보다 개념적 이해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죠. 하지만 과연 이 결론이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을까요?
그 뒤 이루어진 모어헤드, 던로스키, 롤슨(2019)의 연구에서는 이 주장에 대한 직접적인 재현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놀랍게도 결과는 조금 달랐어요. 펜과 키보드의 효과 차이가 생각보다 미미했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심지어 전혀 필기를 하지 않은 그룹과 필기를 한 그룹 사이에도 큰 차이가 없었답니다. 이런 결과는 필기 방법 자체보다 다른 요소들이 학습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직접 여러 필기 방법을 시도해봤는데요, 기본적으로는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다가 중요한 개념이나 도표는 손으로 그리는 혼합형 방식을 사용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방법이 제일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즉, 필기 방법은 '어떤 것이 낫다'라는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개인의 학습 스타일과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란 생각을 같게 되었씁니다.
손글씨 필기의 장점: 뇌가 더 활발하게 활동할까?
손글씨 필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종종 신경과학적 증거를 언급합니다. 실제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손글씨가 타이핑보다 더 많은 시각적, 운동적 신경망을 연결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제임스, 2017). 글자를 직접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뇌가 더 복합적으로 작동한다는 거죠.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가 성인 학습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대학생처럼 이미 글쓰기 능력이 발달한 사람들에게는 필기 방식보다 내용 이해와 정리 능력이 더 중요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손글씨가 더 낫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손글씨 필기의 또 다른 장점은 도표나 그림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수학, 화학, 물리학처럼 복잡한 기호나 도식이 필요한 과목에서는 손글씨 필기가 압도적인 강점을 보여줍니다. 이런 과목에서 키보드만으로 필기하려면 상당히 불편하죠. (물론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엄청나게 빨리 타이핑하면서 그래프도 기가막히게 워드프로세서로 그려내는 학생을 본적이 있긴 합니다만...)
키보드 타이핑의 진실: 속도와 효율성
키보드 타이핑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속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으로 쓰는 것보다 타이핑하는 것이 훨씬 빠르죠. 이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강의나 정보가 많은 수업에서 큰 이점이 됩니다. 실제로 부이(Bui) 등(2013)의 연구에서는 키보드 사용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기록할 수 있어 오히려 학습 성과가 더 높았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키보드 타이핑의 단점으로 자주 지적되는 것이 바로 '기계적 필사'입니다. 말 그대로 강의 내용을 생각 없이 받아적게 된다는 겁니다. (아직도 전 저도 모르게 그러고 있습니다...) 뮬러와 오펜하이머의 연구에서도 키보드 사용자들이 더 많은 내용을 그대로 받아적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하네요. (다행입니다?)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기록한 노트가 나중에 복습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 친구 중에는 타이핑 속도가 굉장히 빠른 사람이 있는데, 그 친구는 강의를 거의 그대로 받아적으면서도 내용을 잘 이해합니다. 반면에 저는 타이핑하면서 동시에 내용을 정리해야 이해가 더 잘 되더라고요. 역시 개인차가 큰 것 같습니다.
디지털 필기구의 등장: 이라이터(eWriter)의 가능성
최근에는 종이에 쓰는 듯한 느낌을 디지털로 구현한 이라이터(eWriter)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 삼성 갤럭시 탭과 S펜 등이 대표적이죠. 이런 기기들은 손글씨 필기의 장점과 디지털 저장의 편리함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모어헤드 등(2019)의 연구에서는 이라이터를 사용한 그룹도 포함시켰는데, 흥미롭게도 이 그룹의 성과는 전통적인 손글씨 그룹과 매우 유사했습니다. 단어 수나 내용 이해도 측면에서 손글씨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죠. 이는 이라이터가 손글씨의 인지적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의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저도 최근에 전자 노트 기기를 구입해서 사용해보고 있는데, 정말 편리한 점이 많아요. 특히 필기한 내용을 검색할 수 있고, 파일로 정리해서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종이 낭비가 없어 환경에도 좋고요. (다만 배터리 걱정이 있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효과적인 디지털 필기를 위한 팁
디지털 기기로 필기할 때는 몇 가지 전략이 특히 중요합니다. 첫째, 디지털 노트를 잘 정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폴더나 태그 기능을 활용해 나중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클라우드 동기화 기능을 활용하면 여러 기기에서 노트에 접근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셋째, 디지털 필기의 주요 장점인 멀티미디어 통합 기능을 적극 활용하세요. 사진, 링크, 오디오 녹음 등을 필기와 함께 저장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큰 디지털 기기의 적은 '주의 산만'입니다. 필기 중에 알림이나 다른 앱의 유혹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e-book 리더기를 활용했던 연구에서도 비슷한 언급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스마트 패드를 전자책 읽는데 활용하는 것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주의 산만'을 이야기하거든요. 따라서 집중 모드나 방해 금지 모드를 활성화하고, 필기용 앱만 실행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렇게 하면 디지털 필기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필기의 핵심 기능: 인코딩과 저장
필기의 학습 효과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핵심 기능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는 '인코딩 기능'으로, 정보를 필기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학습을 말합니다. 즉, 강의를 들으면서 필기하는 그 순간의 이해와 기억을 의미합니다. 둘째는 '저장 기능'으로, 나중에 필기한 노트를 다시 보면서 공부할 때 얻는 학습 효과를 말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모어헤드 등(2019)의 연구에서 필기 방법(손글씨, 키보드, 이라이터)이 인코딩 기능에 큰 차이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필기를 전혀 하지 않고 강의만 들은 그룹과도 큰 차이가 없었어요. 이는 필기 방법 자체보다 어떻게 집중하고 정보를 처리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반면에 필기의 저장 기능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위해 노트를 복습하는데, 이때 필기 내용의 질과 관련성이 핵심 요소로 작용했어요. 특히 시험 내용과 관련된 정보를 얼마나 잘 기록했는지가 성적을 가장 잘 예측하는 요소였습니다.
필기의 질을 높이는 방법
필기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필기의 질입니다. 좋은 필기란 무엇일까요? 연구에 따르면, 강의의 핵심 아이디어를 포함하고,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며, 개념 간의 연결성을 시각화하는 필기가 가장 효과적입니다.
효과적인 필기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코넬 노트 시스템, 마인드 맵, 아웃라인 방식 등이 있습니다. 코넬 노트 시스템은 페이지를 구역으로 나누어 주요 내용, 키워드, 요약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입니다. 마인드 맵은 중심 개념에서 가지를 뻗어 관련 개념을 연결하는 시각적 방법이고, 아웃라인은 위계적으로 정보를 구조화하는 방식이죠.
저는 대학 시절 중요한 시험 과목에서 코넬 노트 시스템을 활용했는데, 복습할 때 정말 효율적이었어요. 특히 키워드만 보고 내용을 떠올리는 연습을 하면 시험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어떤 필기 방법을 선택하든, 일관된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적응기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단 한 번에 '탁'하고 이뤄지는 방안은 없습니다, 매우 안타깝게도...
개인화된 필기 전략: 자신에게 맞는 방법 찾기
지금까지 살펴본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모든 사람에게 완벽한 필기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필기 방법의 효과는 개인의 학습 스타일, 과목의 특성, 학습 환경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신에게 맞는 필기 방법을 찾으려면 몇 가지 핵심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자신의 필기 속도와 키보드 타이핑 속도를 비교해보세요. 손글씨가 느려서 중요한 내용을 놓치고 있다면, 키보드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둘째, 학습 과목의 특성을 고려하세요. 수학이나 과학처럼 그림과 기호가 많은 과목은 손글씨나 이라이터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셋째, 자신의 학습 스타일을 파악하세요. 시각적 학습자라면 마인드 맵이나 도표를 활용한 필기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방법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내용은 키보드로 빠르게 기록하고, 중요한 도표나 연결 관계는 손으로 그리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필기 도구를 사용한다면, 텍스트와 손글씨를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법도 효과적입니다.
디지털 필기의 미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필기의 미래도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필기 도우미, 자동 요약 기능, 실시간 번역 기능 등이 필기 경험을 더욱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일부 디지털 노트 앱은 손글씨를 텍스트로 변환하거나, 필기 내용을 자동으로 정리해주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죠. 하지만 이런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학습을 위한 필기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보를 선별하고,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며, 개념 간의 연결성을 파악하는 인지적 과정은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학습의 핵심 요소로 남을 것입니다.
결론: 필기 방법보다 중요한 것
그래서, 결국은 펜이 키보드보다 강할까요?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그 차이는 생각보다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뮬러와 오펜하이머의 연구가 제시한 손글씨의 우월성은 후속 연구에서 완전히 재현되지 않았고, 다른 연구에서는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필기 방법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필기의 질과 관련성입니다.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핵심 내용을 포착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며, 복습하기 쉬운 형태로 구조화하는 것이 진정한 효과적인 필기의 비결입니다. 또한 필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적극적인 학습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수동적으로 받아적기보다는 내용을 이해하고 연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죠.
결국 가장 좋은 필기 방법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입니다. 자신의 학습 스타일, 과목의 특성, 학습 환경을 고려하여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자신만의 최적의 전략을 개발하세요.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진정한 학습의 효과는 도구가 아닌 여러분의 적극적인 행동에서 비롯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필기 방법을 선호하시나요? 손글씨의 감각적인 경험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키보드의 효율성을 선호하시나요? 아니면 이라이터와 같은 하이브리드 방식이 더 매력적인가요? 다양한 방법을 실험해보고, 자신만의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Morehead, K., Dunlosky, J., & Rawson, K. A. (2019). How Much Mightier Is the Pen than the Keyboard for Note-Taking? A Replication and Extension of Mueller and Oppenheimer (2014).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