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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경험: 종이, 노트북, 스마트폰의 미묘한 차이

by SidePlay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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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경험: 종이, 노트북, 스마트폰의 미묘한 차이

여러분은 언제 마지막으로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써보셨나요? 오늘 아침에 급하게 메모를 남겼나요, 아니면 몇 주 전에 카드에 축하 메시지를 적었을까요? 아니면... 사실 기억이 나지 않으시나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점점 더 키보드와 터치스크린에 의존하고 있지만, 각 글쓰기 방식이 우리의 생각과 표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얼마 전 호주의 캔버라 대학에서 진행된 흥미로운 연구가 있어서 종이, 노트북, 스마트폰이라는 세 가지 글쓰기 매체가 우리의 글쓰기 경험과 표현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손글씨의 감정적 깊이: "종이에 쓰는 것은 나의 연장선이에요"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을 보면 손글씨에 대한 애착과 특별한 감정적 연결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자 중 한 명인 키라는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연장선이에요. 직접 만질 수 있고, 펜의 압력으로 생긴 자국을 손으로 느낄 수 있죠"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했습니다. 이런 물리적 접촉이 주는 감각은 디지털 기기로는 결코 복제할 수 없는 경험이지요.

 

손글씨는 또한 깊은 감정적 표현과 연결됩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일기나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할 때 종이를 선호한다고 밝혔는데요. 타냐는 "내가 쓰는 것이 매우 감정적일 때는 손으로 써요. 디지털 매체를 통하면 어색한 분리감이 느껴지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손글씨를 통해 정서적 해방감을 경험한다는 참가자도 있었죠.

 

하지만 손글씨가 주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집중력과 깊은 사고의 필요성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종이에 글을 쓸 때 더 깊이 생각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앞서 의견을 밝혔던 키라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손으로 쓸 때는 뇌를 사용하게 돼요. 수업 중에 손으로 필기하면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게 되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그냥... 멍해져요. 그래서 손글씨는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해요. 실제로 쓰고 있는 내용에 집중해야 하죠. 하지만 타이핑은 그냥 멍한 상태로도 할 수 있어요."

이런 집중의 필요성이 오히려 방해 요소를 줄여준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손글씨를 쓸 때는 물리적 외부 요인(사람이 지나가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등)을 제외하고는 디지털 환경에서 흔히 경험하는 산만함이 덜하다는 거죠.

손글씨의 매력: 창의성과 집중력의 향상

손글씨가 주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이점은 아이디어 구상과 창의적 사고 과정에서 빛을 발한다는 점입니다. 키라는 "연구를 할 때 아이디어나 요점을 손으로 적어요. 그래야 자료와 더 깊게 교감할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손글씨가 단어 회상에 인지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전 연구들과도 일치합니다. 망겐과 동료들(Mangen et al., 2015)은 손글씨가 키보드 타이핑에 비해 단어 회상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손글씨는 시각적 주의력과 감각운동 행동이 동시에 일어나는 통합적이고 연속적인 인지 활동이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입니다.

 

제가 글쓰기 워크숍에서 관찰한 바로는, 복잡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창의적인 글쓰기를 시작할 때 종이와 펜으로 먼저 시작하는 학생들이 더 풍부한 표현과 독창적인 구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디지털 글쓰기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손글씨만이 가진 특별한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노트북 타이핑: 효율성의 극대화와 "좀비 모드"의 양면성

연구 참가자 대부분은 노트북을 가장 효율적인 글쓰기 매체로 꼽았습니다. 펜실로피는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것이 단연코 가장 쉬웠어요. 매일 사용하는 도구이니까요"라고 말했죠. 노트북 타이핑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편집의 용이성과 속도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경험을 "좀비 모드"나 "기계적인 과정"으로 표현한 참가자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키라는 이렇게 표현했어요:

"그냥 타이핑할 때는 거의 좀비 같은 느낌이에요. 그냥 타이핑하고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거죠."

이런 경험은 타냐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강의 중 노트북으로 필기할 때 "실제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도 듣고 타이핑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말하면서도, "그것은 아마도 내가 타이핑하는 동안 실제로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라고 덧붙였습니다.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경험은 특히 감정이나 정서가 포함되지 않은 글쓰기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키라는 노트북 작업을 "그냥 수정하고 편집하는 거예요... 감정이 담기지 않아요.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죠"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나 이러한 '분리된' 경험이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노트북 글쓰기를 가장 즐긴다고 답했는데, 그 주된 이유는 편리함이었습니다:

"노트북으로 글 쓰는 것을 가장 즐겨요... 훨씬 쉽고 빠르거든요. 또 더 깔끔하게 보이기도 하고요. 원하는 대로 바꿀 수도 있어요. 반면에 손글씨는... 펜글씨는 지저분해요. 그리 좋지 않죠... 아이폰은 편집하기 어려워서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펜실로피)

비단 제 경험만이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께서 긴 글을 쓰거나 여러 번 수정이 필요한 전문적인 글쓰기에서는 노트북의 효율성을 따라올 수 있는 매체가 없다는 점에선 동의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하지만 이런 효율성이 때로는 깊은 사고나 창의적 표현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기도 하고요. 

노트북의 장점: 자신감과 유연한 글쓰기

노트북 글쓰기의 또 다른 중요한 이점은 자신감을 준다는 점입니다. 만디는 "제대로 안 되더라도 괜찮아요. 돌아가서 바꿀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심리적 안전망이 더 자유롭고 실험적인 글쓰기를 가능하게 하긴 합니다. 또한 노트북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자료를 참고하면서 글을 쓰거나, 여러 창을 오가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죠. 물론 이것이 앨리스가 지적했듯 "산만해지기 더 쉬워요... 내 마음이 타이핑하는 내용을 인식하지 못해요"라는 단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동전의 양면성은 존재하지만요.

 

제가 글쓰기 수업에서 관찰한 바로는, 학생들이 노트북으로 글을 쓸 때 더 많은 양의 글을 생산하는 경향은 분명 있었습니다. 편집이 쉽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안전감이 글쓰기의 양적 증가로 이어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손글씨로 시작한 글이 때로 더 깊이 있고 독창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글씨를 얼마냐 잘 쓰냐, 주어진 시간 내에 과연 그들이 쓴 글씨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느냐...는 다른 얘기이긴 합니다.)

스마트폰 글쓰기: "이건 글쓰기가 아니라 대화예요"

연구 참가자들에게 스마트폰은 가장 문제적인 글쓰기 매체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많은 참가자들이 스마트폰에서의 텍스트 입력을 '글쓰기'로 인식하지 않았어요. 그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은 "글쓰기보다는 대화에 가까워요"(앨리스), "대화죠"(재스퍼), 또는 "무언가에 대한 짧은 응답"(타냐)으로 여겨졌습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하루 중 상당 시간을 스마트폰에 할애하면서도, 그것을 글쓰기 활동으로 인식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견되었습니다. 위노나는 하루 대부분을 휴대폰에 쓰며 매일 두 시간 이상 문자나 메시지를 보낸다고 추정하면서도, 이 활동을 글쓰기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소통"으로 생각했습니다. 펜실로피는 심지어 자신은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메시징, 소셜 미디어 게시, 메모, 할 일 목록 작성, 블로깅 등 다양한 텍스트 활동을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으로 글 쓰는 것을 즐기지는 않았습니다. 주된 이유는 기술적 불편함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자동 수정이나 예측 텍스트 기능 때문에 "짜증나는"(만디) 매체로 묘사되었고, 작은 화면은 글쓴이가 쓴 내용을 추적하고 다시 읽기 어렵게 만든다고도 했습니다. 타냐의 말을 빌리면 "인터페이스가 정말 잘 작동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글쓰기는 종이 글쓰기와 흥미로운 유사점이 있었습니다. 화면이 작고 편집이 어렵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에 글을 쓰기 전에 내용을 더 신중하게 계획했습니다. 타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손글씨가 실은 모바일 글쓰기와 더 비슷했어요. 손글씨에서도 돌아가서 편집하는 것이 더 어렵고 시간이 더 걸리니까 글을 쓰기 전에 더 많이 생각했을 거예요."

아무래도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짧은 글을 쓸 때, 종이에 글을 쓸 때와 유사하게 미리 생각하고 계획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편집이 불편하다는 공통점이 더 신중한 사고 과정을 유도한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의 특징: 즉각적이지만 제한적인 표현

스마트폰 글쓰기의 가장 큰 특징은 즉각성과 편재성입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항상 소지하고 있었고, 10명 중 8명은 잠자리에 들 때도 스마트폰을 옆에 두었습니다. 8명의 참가자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휴대폰을 확인한다고 말했죠. 이런 즉각적인 접근성은 특정 유형의 글쓰기에 이상적입니다. 짧은 생각을 빠르게 기록하거나, 순간적인 영감을 메모하거나, 즉각적인 소통이 필요할 때 스마트폰만한 도구가 없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과 제한된 키보드는 표현의 깊이나 복잡성을 제한합니다. 재스퍼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글을 쓸 때] 내가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지만, 현저하게 적게 쓰고 있었어요. 대부분의 경우처럼, 페이스북 게시물처럼, 모든 것을 입력하는 시간을 약간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것을 요약하려고 했어요."

이런 제한된 표현은 연구에 참여했던 학생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복잡한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글을 쓸 때는 표현이 단순화되고 압축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로도 확인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매체 간 자유로운 전환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참가자들이 상황에 따라 글쓰기 매체를 자유롭게 전환하는 능력이었습니다. 한 가지 기술이 다른 것을 대체하기보다는, 각 매체가 특정 목적과 상황에 맞게 활용되고 있었는데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참가자들은 매체에 따라 글쓰기 모드를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베로니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두 가지 스타일을 구분할 수 있어요.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이미 페이스북에서 공부를 위해 비슷한 일을 해봤기 때문에 모드를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능숙한 베로니카는 때로는 하나의 글쓰기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 여러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두 개 또는 세 개의 기기로 하는 것이 편리해요. 아이패드도 사용할 수 있어서, 휴대폰에서 일부 항목을 열어두고, 아이패드에서 일부 항목을 열어두고, 실제로 노트북에서 타이핑을 합니다. 시간이 많이 절약돼요."

즉, 가장 효과적인 글쓴이들은 각 매체의 강점을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법을 개발했던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초기 구조를 잡을 때는 종이와 펜을, 초안을 작성하고 편집할 때는 노트북을, 이동 중에 생각을 포착하거나 빠른 수정을 할 때는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식이죠.

결론: 다양한 글쓰기 경험의 가치

이 연구는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가 단순히 기술적 진화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표현 방식의 공존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글씨, 노트북 타이핑, 스마트폰 입력은 각각 고유한 인지적, 감정적, 물리적 경험을 제공하며, 이들은 서로를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자면:

  • 손글씨는 깊은 집중, 감정적 연결, 창의적 사고에 특히 효과적이며, 사고와 표현이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나, 편집과 수정이 제한적
  • 노트북 타이핑은 효율성, 편집의 용이성, 대량 텍스트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고, 때로는 '기계적'이거나 분리된 경험을 제공하나, 편리함과 유연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
  • 스마트폰 글쓰기는 즉각성과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깊이 있는 표현이나 장문의 글쓰기에는 제한적이고, 많은 사용자들이 이를 '글쓰기'보다는 '소통'으로 인식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매체가 '최고'인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매체의 고유한 특성과 장단점을 이해하고 상황과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일 것입니다. 때로는 종이와 펜의 감각적 경험이 필요하고, 때로는 노트북의 효율성이 필요하며, 때로는 스마트폰의 즉각성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식상한 말 같지만, 쓰는 방법 수단에 정답은 없습니다. 본인에게 맞지 않는 오답을 피해 가면 되는 것이겠죠.

 

출처: Park, S., & Baron, N. S. (2024). Experiences of writing on smartphones, laptops, and paper in the digital age. University of Canberra & American University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