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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관성의 덫에서 벗어나기: 선진국 대한민국의 과제

by SidePlay 2025. 3. 28.

#개도국관성 #교육혁신 #AI인재 #디지털전환 #창의적인재 #미래인재양성 #혁신교육
개도국 관성의 덫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과제

대한민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했고, 'US뉴스앤리포트'에서는 세계 강대국 순위 6위에 올려놓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세계인들의 인식입니다. 한때 '전쟁고아의 나라'로 알려졌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노르웨이, 폴란드, 호주 등 세계 각국에 첨단 무기를 수출하는 기술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자국을 지키기 위해 한국의 무기를 선택한다는 것은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그늘: 여전히 남아있는 개도국 관성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된 지금, 역설적으로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너무나 오랫동안 개발도상국의 시스템에 익숙해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수백 년에 걸쳐 선진국 시스템을 완성했던 반면, 우리는 불과 수십 년 만에 절대 빈곤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압축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긴 '개도국 관성'이 오늘날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개도국의 산업은 기본적으로 선진국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그대로 베껴 따라가는 방식으로 성장합니다. 우리나라도 중공업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카피'해서 발전시켜 왔죠. 카피를 잘하려면 창의성보다는 조직에 충성하는 시스템이 훨씬 중요합니다. 목표가 선명하게 결정되어 있으니, 그것을 빠르게 달성하기 위한 일사불란한 상명하복 체계가 필요한 것이죠.

  • 교육: 창의적 사고보다 정해진 내용을 빨리 암기하는 학생 선호
  • 기업문화: '위에서 까라면 까는' 군대식 조직문화 정착
  • 성공의 역설: 놀라운 경제성장으로 인해 이런 시스템에 대한 신뢰 강화

하지만 선진국이 된 지금,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바로 "더 이상 베낄 것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제 우리는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고, 많은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어디서도 카피할 수 없는 길을 스스로 개척해나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베낄 것 없는 시대, 국내 산업의 현실

반도체 산업을 살펴봅시다. 삼성전자와 TSMC는 3나노 이하 반도체 제조기술 확보를 위해 생존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어디서도 카피할 수 없습니다. 제조 최강국이라 자부하던 일본과 독일도 엄청난 자본을 투입했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분야입니다. 노벨화학상과 노벨물리학상을 수십 개씩 수상한 과학 강국들조차 해내지 못한 일을 우리나라가 해내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입니다.

 

디스플레이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OLED 제조기술은 소니와 파나소닉이 손잡고 일본 정부의 지원까지 받은 JOLED가 8년 만에 파산할 정도로 어려운 분야입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OLED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도 대형 OLED 분야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현대자동차는 내연기관 연구센터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금융과 유통 산업 역시 디지털 전환과 AI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죠. 신한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그룹들은 디지털 전환과 AI 도입을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까지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마트그룹과 쿠팡의 시가총액 격차(2조 vs 38조)가 보여주듯, 모든 기업이 온라인 유통 전문가와 AI 전문가를 확보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개도국 관성이 가로막는 교육 혁신

이렇게 급변하는 산업 현장에 비해,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개도국 시절의 관성에 묶여 있습니다. 디지털 전문가와 AI 전문가가 산업계의 귀한 몸이 된 지금, 우리 교육은 어떤 인재를 키워내고 있을까요?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모여 있는 판교의 기업들은 온라인 플랫폼,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게임 기획, 메타버스 등의 역량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 대학에서는 이런 새로운 분야를 얼마나 가르치고 있다고 보시나요?

 

더 심각한 문제는 수십 년간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두 축이었던 '수능 중심 입시'와 '등록금 동결'입니다. 이 두 정책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선진국의 대학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에 따른 새로운 교육과정 혁신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IT 전문인력의 연봉이 치솟는 상황에서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하려면 당연히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 대학 혁신의 장벽: 등록금 동결 정책 (미국 대학 등록금의 1/10 수준)
  • 창의적 인재선발의 한계: 수능 중심 획일화된 입시제도
  • 실무중심 교육의 부재: 신산업 분야 교육과정과 인턴십 프로그램 부족

선진국의 대학들은 이미 학과 간 경계를 허물고 평생교육을 강화하면서 신산업에 대한 대응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대학들의 세계 랭킹은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학교간 세계 랭킹이 얼마나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서울대와 카이스트가 점점 내려앉은 반면, 싱가포르 국립대학과 난양공대는 훨씬 높은 순위로 치고 올라갔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무심한 개도국 관성이 만든 미래 인재 육성 시스템의 격차입니다.

선진국형 인재양성 시스템을 위한 제언

이제 우리는 인재양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학교는 물론이고 학생, 학부모, 기업 등 사회 전체가 인재양성의 기준을 선진국 중심의 세계관으로 통일해야 합니다. 조직에 충성하는 수동적인 인재가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인재,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을 보유한 인재를 키워내야 합니다.

 

디지털 활용능력은 물론이고 이제는 AI 활용능력까지 갖춘 디지털 인재로 준비시켜야 합니다. 기업과 연계된 다양한 실무 프로젝트를 경험하게 하고, 무엇보다 선진국 산업 적응을 위한 '창의적 사고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며 자신의 미래를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대학은 단순히 졸업장을 따고 학벌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진정한 실력을 키우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고등학교 정문에 '경축 서울대 입학' 현수막이 붙는 것이 아니라 '경축 1조 스타트업 달성 기념 졸업생 스피치'가 붙는 그런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처럼 명문 대학을 중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모두가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나는 이 디지털 신대륙을 통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있나?", "AI 시대의 도래와 세상의 변화에 맞춰 내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나?" 자문해보시기 바랍니다. 개도국 관성을 깨트리는 변화의 출발점은 바로 자신의 마음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우리 모두가 선진국에 걸맞은 혁신적 사고와 실천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출처: 최재붕 교수의 'AI 사피엔스'중 일부를 기반으로 각색하였습니다.)